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거룩하신 부처님 전에 삼가 귀의하며, 오늘 이 법회에 함께한 모든 불자님들께 감사와 축원의 말씀을 올립니다.
어느덧 9월, 菊令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국화가 서리 속에서도 굳세게 피어나듯, 우리의 마음 또한 시련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향기로워져야 합니다. 오늘은 국화의 꽃을 통해, 불자의 삶과 수행의 길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봄의 꽃은 따스한 햇살 속에 피어나지만, 국화는 서리와 찬바람을 맞으며 늦게 피어납니다. 많은 이들이 꽃은 봄에만 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화는 오히려 고난 속에서 더 향기롭고 청아하게 빛을 발합니다.
이는 수행자의 마음을 닮았습니다. 순조로울 때의 기쁨보다,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피어나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의 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하고, 인연 따라 멸한다” 하셨습니다. 인생에도 따뜻한 계절이 있고, 또 서리 내리는 시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리를 탓하거나 바람을 원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속에서 국화처럼 피어날 수 있다면, 고난은 번뇌가 아니라 수행의 거름이 됩니다.
또한 국화는 말하지 않지만, 그 향기는 저절로 퍼져 나갑니다. 참된 불자의 삶도 그렇습니다. 억지로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않아도, 삶 속에서 우러나는 자비와 지혜의 향기가 주변을 밝히게 됩니다.
오늘의 세상은 늘 빠르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나 국화는 늦게 피어나도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우리 역시 남보다 늦는다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자리에서, 주어진 인연 속에서, 끝까지 향기를 전하는 삶입니다.
菊令의 계절은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줍니다.
“서리가 내린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찬바람이 분다고 움츠러들지 말라.
바로 그 순간이 향기를 낼 때요,
마음의 꽃을 피울 때이다.”
사랑하는 불자님들, 오늘 이 법회에서 국화의 향기를 떠올리며, 우리 마음도 시련 속에서 더욱 빛나기를 발원합니다.
부처님 전에 서원합니다. 우리의 삶이 국화처럼 꺾이지 않고, 우리의 기도가 국화 향처럼 은은히 퍼져, 모든 인연들이 고요 속에서 희망을 찾고, 고난 속에서도 연꽃처럼 피어나기를 발원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