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햇살이 연못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은 어느 여름날,
한 송이 연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겹겹이 감춘 꽃잎은 부끄러움을 안고 천천히 열리고,
속살을 드러내기 직전,
그 곁엔 이미 생을 다한 듯 보이는 연방(연꽃 씨방)이 조용히 서 있다.
하나는 시작의 아름다움,
하나는 끝의 고요한 증거.
둘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한다.
누가 먼저이고, 누가 나중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꽃은 피어날 때 가장 아름답지만,
씨방은 열매를 품을 때 가장 진실하다.
이 두 존재는 마치
말 많은 세상 속에서 침묵으로 답하는 지혜자 같고,
피어오르는 이상과 이를 감싸 안는 현실 같다.
꽃은 빛을 향해 자신을 열며 말한다.
"나는 여기 있다. 나는 아름답다."
그러자 씨방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속삭인다.
"나는 네가 떠난 후의 시간까지 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