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옛날 어떤 부자가 먼 길을 떠나며 하인에게 당부하였습니다. "문단속을 잘 하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피라." 하인은 말대로 문을 지키고, 나귀를 밧줄에 묶어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어와 집 안의 값진 보물들을 모두 훔쳐가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돌아와 그 연유를 묻자, 하인은 담담히 대답합니다. “저는 분명히 주인의 말씀대로 문과 나귀와 밧줄만을 지켰습니다.” 이 어리석은 하인은 무엇이 진정 지켜야 할 것인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그가 지킨 것은 형식이었고, 놓친 것은 본질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쫓겨나고, 그 집은 텅 빈 껍데기만 남았으니,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습니까.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행자 또한 이와 같은 어리석음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불문에 귀의하고, 계율을 지키며, 고요한 처소에 앉아 명상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오욕五欲의 바람이 불고, 무명無明의 도둑이 지혜와 선정의 보배를 슬그머니 훔쳐 가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은 지켰으나, 마음의 보물은 잃은 상태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감관의 문을 잘 단속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글 담화총사 | 한국불교는 오랜 세월 동안 민족의 정신을 지탱해온 중심축으로, 그 속에는 수많은 고승대덕의 숨결과 수행의 정진이 깃들어 있습니다. 본 자료는 이러한 한국불교의 정신문화적 위상을 온전히 조명하고자 하는 일념에서 출발하였다. 담화총사는 한국불교의 교화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특히 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스님을 비롯한 근현대 고승들의 유물 2,000여 점을 수년간에 걸쳐 직접 수집·보관해 왔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수장이나 연구 목적을 넘어, 향후 ‘한국불교자료기념관’ 설립이라는 국가적,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의 결실이기도 하다. 본 문서는 그 뜻을 기반으로, 현재 보관 중인 유물의 정신사적·문화사적 가치와 함께, 기념관 설립의 필요성과 미래적 함의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Ⅰ. 서론 한국불교는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영성, 예술, 철학을 이끌어온 정신문화의 중심축이었다. 특히 근현대에 들어와 격동의 시대 속에서 불교의 정체성과 가르침을 지켜온 고승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불교사적 위대한 유산이자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문화적·정신적 주체라 할 수 있다. 초대법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부처님께서 많은 비구들과 함께 어느 동산에 머물고 계셨다. 그날은 달빛이 환한 보름밤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맨땅에 앉아 비구들에게 법을 설하신 후, 사리풋타에게 말씀하셨다. “사방에서 많은 비구들이 함께 모여 밤새도록 정진하고 있다. 나는 등이 아파 잠시 쉬고자 하니, 네가 대신 비구들을 위해 법을 설해주도록 하라.” 부처님은 가사를 네 겹으로 접어 자리에 깔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이에 사리풋타가 비구들에게 말했다. “이 파바성은 본래 이교도 니칸타가 머물던 곳이다. 그러나 그는 얼마 전에 죽었고, 그의 제자들은 두 파로 나뉘어 서로의 잘못을 캐며 다투고 있다.” “그들은 ‘나는 이 법을 잘 알고, 너는 알지 못한다’, ‘나는 바른 법을 가졌고, 너는 사견에 빠져 있다’며 서로 시비를 일삼고 있다. 그 말들이 얽히고설켜 도리에 맞지 않고, 각자 자신의 말만이 참되고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니칸타를 따르던 이 지역 사람들마저 그 다툼을 혐오하게 되었다. 이는 그들이 말하는 ‘옳음’이 참된 바른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이 바르지 못하면 해탈로 나아갈 수 없다. 마치 허물어진 탑에 다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고요한 지중해의 풍경 속, 한국인들에게 아직 낯선 크로아티아가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크로아티아는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이탈리아·프랑스 못지않은 식재료 강국이자 전통 요리의 본고장으로 주목받는다. 트러플의 향을 따라, 이스트리아 숲속으로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트러플은 이제 더 이상 이탈리아와 프랑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Istria) 반도의 모토분(Motovun) 숲에서는 훈련된 명견들이 흰 트러플과 검은 트러플을 찾아내며,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송로버섯을 수확한다.크로아티아에서는 훈련된 명견이 트러플을 수확한다. 특히 3대를 이어온 칼리치(Karlić) 가문은 트러플 사냥의 명가로, 이들의 제품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크로아티아산 트러플은 강렬한 향과 함께 달콤하고 흙내음 가득한 독특한 풍미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3위의 올리브 오일 강국 크로아티아산 올리브 오일은 이제 ‘숨겨진 강자’가 아닌 ‘공인된 명품’이다. 뉴욕국제올리브오일대회(NYIOOC)에서 수년간 수상률 70% 이상을 기록하며, 세계 3위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아드리아해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정부는 2025년 7월 개최 예정인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개최국으로 대한민국이 최종 선정되었음을 16일 공식 발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유산 보호와 국제 문화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이자,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세계에 조명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5년은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등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30주년을 맞는 해로, 이번 위원회 개최는 더욱 뜻깊은 의미를 갖는다. 강 대변인은 “세계유산은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인류의 공동 자산”이라며, “기후위기와 도시화, 개발 압력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지속적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유네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 속에서 대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글, 청운 삼장전법사 | 오늘날 한국 사회는 겉보기에는 풍요롭지만, 보이지 않는 어둠을 안고 있다. 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고립되어 있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지식은 넘치지만, 지혜와 연민은 희소한 시대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되묻는다. “과연 누가 우리를 진심으로 이끌 수 있는가?” 이 물음 앞에 우리는 조사祖師의 존재와 증도證道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조사란 누구인가? 깨달음을 실천으로 증명한 사람, 불교에서 말하는 조사는 단순한 계보의 계승자가 아니다.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으로 증명한 사람, 그리고 그 깨달음을 자비와 광명으로 전한 존재이다. 조사의 증도는 머리로만 얻은 앎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실천되고 증명되는 깨달음이다. 말로 가르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교리의 반복보다 마음의 공감으로 중생과 마주하는 삶, 바로 그것이 증도의 길이다. 자비는 가장 낮은 자리로 향하는 실천이다. 불교 수행의 핵심은 자비이며, 진정한 조사는 자비심을 가장 낮은 자리로 이끄는 사람이다. 한 선방의 원로 스님은 자신의 정진보다 먼저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공양을 내주고, 고통 속에 방황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글, 김용규 삼장전법사 | “만물의 영화와 시듦에도 저마다의 시詩가 있다.” 이 짧은 한 구절 안에, 자연과 인생, 그리고 세상살이에 대한 불교적 통찰이 응축되어 있다. 자연은 시들어야 다시 피어난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낙엽이 진다. 이 단순한 자연의 흐름 속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살아 숨쉰다. 꽃은 피기 위해 지고, 지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시듦은 다음 생명의 순환을 품고 있다. 세속에서는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나눈다. 그러나 불교는 묻는다. “영榮만이 삶인가? 고枯는 실패인가?” 삶의 진리는 언제나 ‘무상’의 법法 위에 서 있다. 영화로움도 시듦도 모두 ‘변화하는 과정’일 뿐, 본질은 아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 속에는 한 편의 시가 깃들어 있다. 시들어도 인생은 시詩입니다 한 청년이 낙방 후 말했다. “제 인생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되묻고 싶었다. “끝이 아니라 쉼표입니다. 시 한 편이 완성되기 위해 중간 중간 침묵이 필요하듯, 지금 당신은 새로운 문장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노인의 손등에는 주름이 있고, 노동자의 손에는 굳은살이 있다. 그 주름과 굳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전라남도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무형 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을 위해 지역 역사와 정신을 담은 유산 3건을 도 지정유산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번 지정은 유형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등 전남의 문화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도민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유산 가운데 화순 용암사 목조보살좌상(유형문화유산)은 조선 후기 호남지역 조각승 색난파에 의해 조성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얼굴의 각진 형태와 연화형 띠 장식, 두툼한 눈두덩 등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조선 불교 재건기 불상 조각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곡성 영수정 일원(자연유산)은 조선시대 곡성 일곱 성씨가 향약을 실천하던 공간으로, 민간 주도 향촌 공동체 운영을 보여주는 역사자료다. 정자는 전통 목조건축의 미학과 구조적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호남 정자건축의 전형으로서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 고흥 점암 대춘별신제(무형유산)는 마을 단위로 전승된 별신굿 형태의 민속 신앙으로, 제의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특히 농악대를 중심으로 한 정화의식과 부조(扶助)의 기능이 뚜렷해 공동체 문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7월 8일 오전 11시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일본에서 환수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시왕도'를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감색(紺色) 종이에 금니(金泥)로 필사한 고려 사경(寫經)으로, 지난해 10월 소장자가 국외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이후 국가유산청의 행정지원과 국외재단의 면밀한 조사, 협상을 거쳐 올해 4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대방광불화엄경은 화엄종의 근본 경전으로, 부처와 중생이 하나라는 것을 기본 사상으로 하고 있다. 원래 고대 인도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됐으며, 한역본(漢譯本)으로는 진본(晉本), 주본(周本), 정원본(貞元本) 등이 있다. 이번에 환수한 유물은 주본(周本) 80권 중 제22권을 옮겨 적은 것으로, 화엄경의 주존불(主尊佛)인 비로자나불(毘盧遮羅佛)이 도솔천궁(兜率天宮)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표지에는 금·은니로 그려진 5송이의 연꽃이 배치됐고, 넝쿨무늬가 연꽃 송이를 감싸고 있다. 발원문에는 원통 2년(1334년) 정독만달아(鄭禿滿達兒)가 부모님과 황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조선시대 궁궐 전각의 실내를 장식했던 궁궐 도배지에 대한 기초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조선시대 궁궐도배지 복원기술연구, 조사편』을 발간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건물 실내에 도배지를 발라 내부 공간을 조성하고 외부로부터 찬 공기를 막았다. 도배지는 이러한 실용적인 기능 외에도 공간을 치장하거나 권위와 위엄, 기복(복을 빎)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은 궁궐 전각의 위상과 중요도에 따라 3겹(초배·재배·정배)과 2겹(초배·재배) 등 도배의 겹 수에 차이를 두었으며, 단계별로 사용하는 도배지의 종류도 달리했다. 격동의 근현대기를 거치면서 많은 궁궐 건축물이 사라지거나 변형된 것처럼, 궁궐의 실내를 장식했던 옛 도배지도 사라졌으며, 현재, 대부분의 궁궐 전각들은 현대의 한지로 도배된 상황이다. 이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전통재료 특성 규명 및 적용성 평가 연구(2022-2026)’의 일환으로 조선시대 궁궐 도배지의 복원 기술 연구를 위한 기초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번 보고서에 그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는 ▲ 조선시대 궁궐 전각에 사용된 다양한 도배지의 종류에 대한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