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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스님의 “송담풍우松潭風雨 무상常과 공空의 상징”

- 송담풍우와 희망의 등불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옛날, 어느 깊은 산중에 가피암 이라는 작은 절이 있었습니다. 절 앞에는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선 고요한 못이 있었지요. 맑은 날이면 그 물에 구름이 비치고, 바람이 불면 연잎이 잔잔히 흔들리는, 그야말로 세속의 번뇌를 잊게 해주는 청정도량이었다.

 

 

그 절에는 나이 지긋한 일정 스님이 살고 계셨다. 스님은 이따금 동네 아이들이나 방황하는 나그네들을 불러 차를 내어주시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문을 들려주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흔들릴 듯한 큰 폭풍이 닥쳤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고, 바람은 산허리를 넘어 절의 기왓장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밥상도 엎어진 채로 대피했고, 어떤 이는 소중한 집을 잃었다.

 

절의 못가 역시 망가졌고, 아름답던 연꽃도 뿌리째 뽑혔다. 사람들의 얼굴엔 망연자실함이 가득했고,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절에 피난 온 한 젊은이가 노스님께 여쭈었다.

 

“스님, 저 연꽃도 뽑혀 나가고, 절도 망가지고, 사람들은 울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하늘은 이렇게 무심할까?” 일정스님은 조용히 못가로 나가셔서, 떨어진 연잎 하나를 주워들고 말씀하셨다.

 

“저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났지요. 고요한 물에서 피어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폭풍 속에서 더 깊은 뿌리를 내립니다.

 

고통이 지나간 뒤, 다시 피어나는 그 한 송이가 진정한 법화경法華經의 연꽃이란다.” 그러시곤 절 마당 한가운데 남은 사람들을 모아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는 불공평하지 않습니다. 바람은 누구를 가리지 않고 붑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등을 내주며 견딘다면 그것이 바로 보살행菩薩行이며, 그 연민의 눈물이야말로 종교보다 깊은 구원이란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절의 마당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짓는 희망의 터전이 되었고, 무너진 다리를 다시 놓고, 뿌리 뽑힌 연꽃 대신 작은 등불을 하나씩 달기 시작했다.

 

그 등불 아래에서, 누군가는 기도했고, 누군가는 서로를 위로했다. 그 불빛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내린 빛처럼 고요히 흔들리며, 모두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희망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사람이 서로를 붙드는 그 순간, 이미 우리 안에서 피어나고 있다.” 재난과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성佛性의 등불, 그리고 자비와 연민으로 피어나는 희망의 수행을 상징합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고통은 깨달음의 문이요, 중생은 곧 불성의 씨앗”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