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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스님의 이야기(1편)

- 세계를 품은 옥구슬의 주인, 일붕 스님의 세계일화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글 / 담화총사 『세계일화(世界一化)』는 담화총사가 정리한 일붕 큰스님의 생애 이야기다. 한 알 옥구슬에 담긴 전생의 인연과, 그 인연이 이끈 수행과 가르침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일붕 스님의 삶은 단순한 개인의 일대기를 넘어 인류 보편의 자비와 평화를 향한 여정으로 펼쳐진다. 이제, 그 길 위에서 간추린 글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1장. 옥구슬이 전해지다. 한라산에서 온 사자使者
1914년 제주. 봄기운이 실려오는 밤, 한 여인이 신비한 꿈을 꾼다. 백발노승이 한라산 정상을 타고 내려오더니, 빛나는 옥구슬을 건넨다. “삼장전인三藏傳人”이라 새겨진 옥. "이 아이는 장차 삼장을 전할 자니, 부디 소중히 간직하시오.“

 

다음 날, 그녀의 남편은 말한다. “이건 태몽일세.” 그리고 1년 후, 제주 서귀포의 도순동, 천혜의 자연 속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집안은 명문 이천 서씨, 할아버지는 옛 제주 목사의 후손이었다. 아이의 이름은 경보京保, 빛나는 피부와 고운 이목구비. 집안은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제2장. 고기를 놓아주던 소년
경보는 자비로운 아이였다. 친구들이 개구리를 돌로 때릴 때, 그는 말렸다. “생명을 죽이면 벌을 받는다.”

 

심지어 바구니 속에서 팔딱이는 고기를 살려주는 일을 반복했다. “왜 죽인 고기만 남아 있지?” 이상하게 여긴 할아버지는 몰래 지켜보다 경보를 나무랐다. “왜 다시 바다에 놓느냐?”

 

경보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저...불쌍해서요.” 그의 연민은 세속을 넘어, 이미 불심佛心의 씨앗을 싹 틔우고 있었다.

 

 

제3장. 서당에서 핀 천재
경보는 일찍 글을 배웠고, 10세에 사서삼경을 술술 외웠다. 친구들과 달리 장난에 흥미가 없었다. 자연 앞에서 겸손했고, 책 앞에서 즐거워했다.

 

그런 그가 신학문을 배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단호했다. “왜놈 글을 배워 무엇 하겠느냐? 조상의 글을 지켜야지.” 결국 서당으로 돌아간 그는 마을 어른들로부터 ‘도사 같다’는 말을 듣게 된다.

 

 

제4장. 열다섯 훈장이 되다
서당 스승이 병석에 눕자, 경보에게 훈장을 맡기려 했다. “네가 이제 이 서당을 맡거라.” 처음엔 극구 사양했지만, 마을 어른들도 동의했다. “그 아이는 천재다. 나이보다 실력이 우선이다.”

 

그리하여 열다섯의 경보는 훈장이 된다. 함께 글을 배운 이들 중엔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이도 있었다. 경보는 어색했지만 품위를 지켰고, 아이들도 점차 경보를 스승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제5장. 가르침, 이야기로 피어나다
경보는 옛 방식의 암기 위주 수업을 지양했다. 이야기를 곁들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물가 아이 이야기를 통해 성선설을 가르치고, 가난한 장자가 돌아와 변장한 일화로 재물보다 인격을 강조했다. 도인과 붕어, 돼지 왕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통해 '때'의 중요성과 고집의 허망함을 설파했다.

 

그의 수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들으러 오는 명강의가 되었다. 아이들은 하나 둘 경보의 서당에 몰려들었고, 도순동의 서당은 제주의 명소가 되었다.

 

 

제6장. 세상 속의 수행자
세월이 흘러, 경보는 속세를 떠나 출가하였다. 법명은 일붕一鵬. 그의 삶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았다. 일본과 미국, 중국을 거쳐, 마침내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가 가는 곳마다 설법이 이어졌고, 어두운 이들의 마음에 등불을 밝혔다.

 

전쟁의 폐허를 겪은 시대, 그는 위안과 희망의 화신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세계불교의 초대 법왕으로 추대되었다. 세계 평화와 자비, 깨달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다시 옥구슬을 품다
일붕 스님의 삶은 한 편의 서사시요, 한 알의 옥구슬에서 시작된 불가사의한 인연이다. 그 옥구슬은 신령스러운 전생의 인연이었고, 세상에 자비를 전하라는 하늘의 사명이었다.

 

오늘날, 그의 가르침은 다시 우리 곁에 다가와 묻는다.

 

“당신은 누구에게 옥구슬을 건네고 있습니까?”

 

이것이 곧 세계를 품은 성자, 일붕 서경보 스님의 세계일화世界一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