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산하무애山河無碍”라 하였습니다. 크게는 삼천대천세계가, 작게는 한 사람의 마음이 본래는 막힘이 없는 진리의 흐름, 무애無碍의 세계에 있다고 말입니다. 산은 산이고, 강은 강이지만 그 흐름에는 막힘이 없습니다. 물은 산을 돌아 흐르고, 산은 물을 품어 길을 내줍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작은 오해에도 막히고, 작은 차이에도 멈추며, 서로를 넘지 못할 벽으로 여깁니다. 세상은 소통이 막히고, 마음은 꽉 막혀 있다 요즘 세상은 온갖 정보와 소식이 넘쳐나고, 연결된 듯 보이지만 정작 마음은 서로를 향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정치의 벽, 이념의 벽, 세대의 벽, 그리고 감정의 벽, 그리하여 말은 많고 이해는 적으며, 속도는 빠르되 방향은 흐릿합니다. 어느새 우리는 ‘산과 강처럼 흐르는 삶’이 아니라 ‘벽과 장벽처럼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무애란, 단순히 막힘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산하무애”의 참뜻은 모든 차별과 경계를 뛰어넘는 자비와 지혜의 실천에 있습니다. 무애란, 산이 물을 가로막지 않듯 내가 너를 가로막지 않는 것, 물이 바위를 돌아 흐르듯 고통과 시련을 돌아 나아가는 길입니다. 타인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지옥이 텅 빌 때까지 나는 열반에 들지 않겠다.” 이 한마디 서원 앞에 우리는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이 세상에는 먼저 오르고자 하는 이가 많고, 먼저 구원받고자 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장보살은 가장 늦게 성불하겠다고, 가장 아픈 이들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중생이 모두 구제되기 전에는 혼자 편안해지지 않겠다는 대원大願을 세우신 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지장대원본존地藏大願本尊이라 부릅니다. "대원"이란 무엇인가? 대원大願이란 큰 기도이며, 큰 책임이며, 큰 자비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소원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처럼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맹세입니다. 지장보살의 대원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가장 외로운 이, 가장 죄 많은 이, 가장 미움받는 이 곁에 머무는 실천입니다. "지옥의 문 앞에서 등을 돌리지 않는 자, 지옥의 불 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는 자 그가 바로 대원본존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서원을 세우며 살고 있는가? 오늘 우리는 이 질문 앞에 서 봅니다. “나는 어떤 원願을 품고 살고 있는가?” “나의 기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세속의 이익이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가피암 일정스님의 생활 불교 이야기, 불교에서는 인간의 삶과 존재를 여섯 가지 세계로 구분합니다.이를 육도六道라 하며, 각각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人間, 천상天上의 세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러한 육도는 단지 내세의 길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상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지옥은 분노와 고통에 휩싸인 마음, 아귀는 끝없는 욕망과 허기, 축생은 어리석음과 본능에만 이끌리는 상태, 아수라는 질투와 다툼, 인간은 고통과 기쁨이 교차하는 현실로서 천상은 쾌락 속에 무상함을 잊고 살아가는 삶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육도는 우리 가족 모두가 살아가는 감정의 지도이자 삶의 거울입니다. 지장보살, 가장 낮은 곳을 먼저 찾아가는 보살로서 불교의 위대한 보살 중 한 분인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이 육도 중에서도 가장 고통이 극심한 지옥 중생을 먼저 구제하겠다는 큰 서원誓願을 세우신 분입니다. “지옥이 텅 빌 때까지 나는 열반에 들지 않겠다.” “모든 중생이 성불하기 전에는 나 홀로 성불하지 않겠다.” 이 원력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누구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책임의 자비, 고통의 한가운데로 기꺼이 내려가겠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지옥 같다", "배가 고파 죽겠다", "짐승 같은 세상", "질투와 분노가 가득하다" 이런 표현들은 결코 문학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중생六道衆生의 삶의 실상입니다. 불교는 세상을 여섯 갈래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 이 육도는 단순한 내세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적 상태와 삶의 국면을 상징합니다. 고통이 극심한 지옥도, 채워지지 않는 탐욕의 아귀도, 무지와 본능에 휘둘리는 축생도, 분노의 아수라도, 기쁨과 괴로움이 교차하는 인간도, 쾌락에 도취되어 방심하는 천상도, 모두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의 얼굴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지장보살地藏菩薩이 계십니다. 불교 신앙 가운데 가장 자비로운 존재로 불리는 지장보살은, “지옥이 텅 빌 때까지 열반에 들지 않겠다”는 대원大願을 세우셨습니다. 그는 언제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외면당한 존재 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살아가는 중생 옆에 계십니다. 그것은 영웅적인 신화가 아니라, 자비가 가장 절실한 곳에 머무는 삶의 태도입니다. 현대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현대인의 건강 고민은 대부분 "어떻게 먹을까", "어떤 약이 좋을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건강은 입이 아니라 발에서 시작됩니다. 여기, 한 문장이 그 진리를 꿰뚫습니다. 천공재족망天功在足忙이란 하늘이 내린 공덕은 ‘몸을 움직이고, 발이 부지런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말 같지만, 그 안에는 건강과 수행, 삶의 균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건강은 움직이는 자에게 옵니다. “좋은 약을 먹었으니 이제 괜찮아질 거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에는 약도 소용없습니다. 가장 좋은 약은 ‘걷는 것’입니다. 걷는 동안 몸속에서는 혈액이 돌고, 면역력이 오르며, 마음의 응어리까지 풀어집니다. 움직임은 약이고, 걷는 것은 기도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내 몸이 살아나고, 내 삶이 정리됩니다. 걷는 자는 마음도 맑아집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닙니다. 땅의 숨결을 느끼고, 하늘의 기운을 들이마시며, 자연과 하나 되는 수행의 길입니다. 불가에서는 이를 ‘행선行禪’, 즉 움직이는 선禪이라 불렀습니다. 걷는 동안, 무겁던 생각이 가벼워지고, 얽히고설킨 감정이 정돈됩니다. 조용
법왕청신문 이준석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5일 서울 조계사 템플스테이 홍보관에서 김교흥 신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갑)의 예방을 받고, 전통사찰의 보존지 지목 현실화와 선명상 대중화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예방 자리에는 조계종 기획실장 법오스님, 사서실장 일감스님을 비롯해 천우정 국회 문체위 수석전문위원(국회 직원불교신도회 회장), 이유주 문체위 행정실장 등이 함께했다. 진우스님은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이하며 문체위원장 취임을 축하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부족하지만 과분한 소임을 맡게 되었다”고 답했다. 진우스님은 먼저 ‘전통사찰 보존지 지목 현실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현재 전통사찰의 상당수가 종교용지가 아닌 임야, 전답, 대지, 도로 등으로 잘못 분류돼 있어, 전통문화의 보존은 물론 불사(佛事) 추진에도 행정적 제약이 따르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일제강점기 때 작성된 지적 기록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어, 사찰 본연의 공간조차 종교용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전통사찰의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지목의 정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진우스님은 지난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외교저널』 이존영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사이드 쿠제치 대사는, “이란은 식품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새로운 경제협력의 지평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란 남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새우와 생선을 비롯한 식품 수출 분야는 한국과의 무역 확대 및 수출 협력에 있어 유망한 새로운 분야입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구 소재 DRC 대사관에서 진행된 『외교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쿠제치 대사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 전문성과 공동 투자로 이 분야는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이란 간 무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로 인해 최근 수년 간 90% 이상 축소되었다”면서도 “이란의 대규모 내수 시장, 풍부한 천연자원, 전략적 지리적 위치는 여전히 한국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및 석유화학, 자동차 제조, 가전 및 소비전자, 화학 및 농업비료, 광업과 자원 채굴, 인프라 건설, 제약 및 의료기기, 정보통신기술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한미 양국 간 외교·안보 고위급 협의체인 ‘2+2 협상’이 돌연 취소되면서 외교가와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무역장관, 루비오 국가안보보좌관의 ‘일정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국내외 관측통들은 이번 취소가 단순한 스케줄 조정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미 양국이 최근 무역과 안보를 축으로 복합적 이슈를 조율하는 가운데, 이번 협상이 중요한 정치적 조율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겨냥한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과 이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협상이 불발된 것은 일종의 외교적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인사들이 한미 간 주요 회의를 일괄적으로 취소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부담 회피 또는 정책적 불만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한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대중 전략의 온도 차,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에 대한 한국의 중립적 입장 등에 점차 복합적인 불만을 축적해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관세 유예 또는 재협상을 주요 안건으로 설정하고 있었던 만큼, 회담 불발은 전략적
법왕청신문 장규호 기자 | [담화총사 칼럼] 우리는 날마다 격한 말과 분열의 풍경 속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치는 책임보다 비난에 무게를 두고, 지도자라는 이름을 지닌 이들은 국민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만 이야기합니다. 이 와중에 말합니다. “기도가 필요한 시대”라고. 하지만 진정한 기도는 하늘을 향한 독백이 아니라, 이웃을 위한 마음의 자세이며,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내 생각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실천의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기도는 연약한 자를 위한 ‘용기’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먹지 못해 쓰러지고, 병원비가 없어 생명을 포기하며, 차별과 편견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기도는 그들을 만들어낸 구조를 방치한 우리의 책임을 외면한 채 입술로만 외치는 소음이 된 것은 아닐까요? 기도는 정치의 본질이어야 합니다. 정치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공의 책임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인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기도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기도는 나를 낮추고, 다른 이의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는 감수성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어떤가요? 서로 다투고 헐뜯으며, 자신의 말만 옳다고 외치
법왕청신문 장규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4일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 통화를 갖고, 한-독일 간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메르츠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며, 한독 양국이 약 140년 전 수교를 맺은 이래 정무,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온 점을 평가했다. 아울러 “유사한 시기에 출범한 양국의 신정부가 앞으로 더욱 긴밀히 교류하고 소통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이에 화답하며,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하고, “양국은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 등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온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특히 최근의 세계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독 양국이 경제 협력을 지속해 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도 실질적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조속한 시일 내 다자 행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계기를 통해 직접 만나 대화를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 간 첫 통화는 양국 신정부 간 신뢰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K-민화 전문 작가 담화총사의 신작 『복사꽃 미소에 머문 사슴』이 한국 전통 민화의 길상적 상징과 현대적 감수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복숭아꽃(복사꽃), 연꽃, 사슴 등 민화 속 대표적인 길상 소재를 통해 복福과 수壽,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를 전한다. 담화총사는 이를 전통적인 소재 해석에 머물지 않고, 신화적 서사와 정적인 자연의 순간을 결합해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신과 인간의 경계가 열려 있던 아득한 옛 시절’에서 출발한다. 영원의 숲을 떠난 사슴 한 쌍이 인간 세상의 끝자락에 이르렀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연꽃이 피어나는 고요한 연못가다. 그곳에서 복사꽃은 마치 미소 짓듯 활짝 피고, 붉은 해가 떠오르며, 자연은 한순간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장면은 단지 시적인 풍경이 아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상향의 형상화다. 하늘에서는 물새가 내려와 노닐고, 모란과 국화, 파초와 조롱박까지 온갖 길상 식물들이 만개한 이 정원은 자연과 인간, 신과 생명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작품 속 사슴은 그 가운데 조용히 서서 관람자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여기가 바로 복과 수,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외교저널 영문판 7월호 JPG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