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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담화의 저서...욕망은 횃불 같다. 중에서..

- 효도가 지극하면, 불설효자경佛說孝子經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인도의 카이라는 나라에 한 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귀족은 시각장애인이었고, 그의 아내 또한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게다가 자식도 없어 삶은 더욱 쓸쓸했습니다. 세상의 무상함과 고독을 깊이 느낀 두 사람은 말년에 산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수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산속에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부부는 그 아들에게 '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무척 귀여워하며 소중히 키웠습니다. 아들이 생기자 세상의 즐거움이 다시 느껴졌고, 부부는 아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수도 생활을 접고 옛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샌은 효성이 지극하고 항상 밝고 명랑했으며, 수행하는 마음도 깊었습니다. 남과 다투는 일이 전혀 없었기에 부모는 그로 인해 시각장애라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행복하고 근심 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샌이 열 살이 되던 어느 날, 그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두 분께서 산속에 들어가 수행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태어나자 뜻을 접고 집으로 돌아오셨다니 참으로 유감입니다. 제발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 옛날의 뜻을 이루십시오. 이번에는 제가 함께 모시고 가겠습니다.”

 

이에 가족은 집안의 모든 재물을 어려운 이웃에게 고루 나누어주고, 세 식구가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샌은 풀과 나무로 집을 짓고 방을 만들어 더위와 추위를 막았으며, 근처에서 나는 열매와 맑은 샘물로 부족함 없이 살아갔습니다.

 

향나무 숲에서는 향긋한 바람이 불었고, 하늘을 나는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인 부모도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또 사자나 호랑이, 늑대, 곰, 독충들도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았고, 산에 사는 사슴과 새들은 이들과 친근하게 지냈습니다. 마치 천지만물이 이 세 사람의 수행을 돕는 벗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날, 샌이 물을 길으러 꽃사슴 가죽을 두르고 물통을 메고 샘터로 갔습니다. 사슴들과 새들도 함께 따라갔습니다. 마침 그때 카이국의 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샘터의 사슴들을 보고 활을 쏘았습니다. 그러나 화살은 불행히도 샌의 가슴을 꿰뚫었습니다.
샌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통하게 외쳤습니다.

 

 

“한 개의 화살로 세 사람을 죽인 자는 누구입니까?”


왕은 사람의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급히 달려왔습니다. 왕을 본 샌은 원망을 담아 말했습니다.

 

“코끼리는 이빨 때문에, 사슴은 뿔 때문에, 노루는 고기 때문에 잡히지만, 저는 이빨도 없고 뿔도 없으며 고기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 저를 죽이십니까?”

 

왕은 샌이 사슴 가죽을 두른 모습에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사슴 껍질을 입고 짐승처럼 보이니 어찌 사람이란 말이냐?”
샌은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백성입니다. 이 산속에서 이십 년을 살아오며 호랑이도, 독사도, 늑대도 저를 해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왕의 화살에 맞다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입니다.”

 

그는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고, 하늘은 어두워지고, 나무들은 떨며, 새들은 슬픈 울음을 터뜨렸으며, 짐승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집에 있던 부모는 이 기이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분명 샌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직감했습니다.

 

 

왕은 하늘의 반응에 놀라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깊이 뉘우쳤습니다.

 

“사슴을 잡으려다 그대에게 화살을 쏘고 말았구나. 훌륭한 수행자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이는 중한 죄이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대의 생명을 구하고 싶소.”

 

왕은 그렇게 말하며 화살을 뽑으려 했으나, 화살은 깊이 박혀 빠지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왕에게 샌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일은 왕의 잘못이 아니라, 저의 업보가 불러온 일입니다. 제 목숨은 아깝지 않지만, 걱정되는 것은 부모님입니다. 두 분 다 시각장애인이시고, 연세도 많으십니다. 제가 죽으면 뒷바라지할 이가 없어 외로움에 자결하실까 두렵습니다.” “그것이 걱정되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깊은 죄책감에 빠졌습니다.

 

“내 몸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좋으니, 신이시여! 이 수행자의 생명을 살려주소서!”
왕은 기도하며 다시 샌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네가 죽는다면 나는 왕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산에 남아 너의 부모님을 모시겠다. 신께 맹세하겠다.”

 

샌은 매우 기뻐하며 상처의 고통도 잊은 채 왕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왕이 “그대의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묻자, 샌은 “이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초가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두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의 죽음을 갑자기 알리지 마시고, 이렇게 전해 주세요. ‘샌은 수명이 다해 저세상으로 갑니다. 이는 과거의 죄업 때문입니다. 죽어서 참회하오니, 그 공덕으로 내세에는 더욱 효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왕은 즉시 초가집으로 가 부모를 만났습니다. 인기척에 밖으로 나온 부모는 “누구십니까?” 물었고, 왕은 자신이 카이국의 왕이라 밝히며 “수도하시는 장님이 이곳에 계시다 하여 공양을 드리러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는 몸소 찾아온 왕에게 절을 올리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왕은 조심스럽게 사실을 전했습니다.

 

“제가 사슴을 쏘려다 그대들의 아들을 쏘았습니다. 상처가 깊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부모는 그 말을 듣고 땅에 쓰러지며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우리 샌은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입니다. 짐승과 새들이 슬피 우는 걸 보고 불길하게 여겼지만, 죽을 줄은 몰랐습니다.” 왕이 샌이 남긴 마지막 말을 전하자 부모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제발 샌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십시오.”

 

왕은 부모를 데리고 샌이 누워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버지는 샌의 머리를, 어머니는 다리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외쳤습니다.

 

“하늘의 모든 신들이시여! 우리 아들 샌은 진정한 효자였습니다. 저희는 늙고 눈도 보이지 않으니, 저희 생명을 가져가시고 샌을 살려주십시오.”

 

그러자 하늘의 신들이 이 기도를 들었는지 화살이 빠지고 샌이 다시 숨을 쉬었습니다.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바람은 멈추며, 천지가 회복된 듯했습니다.

 

샌은 왕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죄를 씻고 싶다면 왕궁으로 돌아가 백성을 편안히 다스리십시오. 다시는 사냥으로 죄 없는 이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대왕이 왕의 자리에 있는 것도 과거의 선업 덕분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