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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새가 날은 까닭은" 공전절후한 대업적

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큰스님 전기집 / 저자 일붕 / 필수 / 담화 이존영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밤과 낮이 한국과는 정반대로 뒤바뀌는 외국에서 온갖 고생을 다 겪으시며 보조가풍(普照家風)을 선양하여 포교하시니, 동방의 제2 보조요, 서양의 제2 달마올시다.

 

 

서박사의 미국 포교로 인하여 미국인이 한국의 삼보 사찰인 통도사,通度寺, 해인사, 海印寺, 송광사, 松廣寺를 친견할 풍조가 깊다는 문구를 읽고 화상의 의덕義德을 칭송하오며 결제 후에 만나 뵙길 원하나이다.”

 

이 글은 임자년(壬子年, 서기 1972년) 2월에 송광사, 구산九山스님이 서경보 법왕님께 보낸 편지의 한 부분입니다. 이 편지를 받았을 당시 법왕님께서는 제3차 미국 포교를 마치고 귀국하여 동국대 불교 대학장으로 계실 때였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인물을 제대로 키우고 대접하는 역사를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그릇된 사대주의에 젖어 인물마저 외국인은 높고 내국인은 낮다는 식의 평가를 했습니다. 그 때문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우리의 조상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홀대를 받다가 외국인이 인정하니까 뒤늦게야 연구에 착수하고 법석을 떠는 일이 있었습니다. 퇴계 이황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법왕님에 대한 평가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왜곡된 부분마저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바람직한 일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법왕님께서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분 역시 장단점이 공존하는 인간입니다. 다만 제대로 알고 제대로 평하는 풍토가 아쉽다는 것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견된 구산 스님의 편지는 그릇이 큰 분들이 상대를 어떻게 평가하는 거를 잘 보여주는 교훈적인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이 글에 싣지는 않았지만 그분은 편지 말미에 붓글씨로 칠언절구로 된 한시까지 자작하여 첨부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흐뭇하고 아름다운 정경입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법왕님께서는 왕오천축국전을 남기신 혜초 선사에 버금가는 구도여행을 마치셨고, 달마대사가 남긴 업적에 펄쩍 되는 禪布敎를이룩하셨고, 원효대사의 두 배가 넘는 저술 활동을 남기셨고, <서유기>에 나오는 현장법사가 당한 것 못지않은 고초를 겪으신 분입니다.

 

이 분이 남기신 거룩한 발자취는 한 개인의 차원을 벗어나 한국의 불교가 해외에 전파되는 布敎史 그 자체입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리즈로 엮어지는 이 작업은 본인의 희미한 기억, 목격자의 다수 사망, 자료의 분실과 취합의 난점, 객관적인 검증 등으로 인해 애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희 작업팀은 ‘마야유적을 발굴하고 복원한 고고학자들의 정성과 섬세함에 못지않은 투혼과 인내로 법왕님이 남긴 위업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그 길이 우리 한국의 現代佛史를 뒤바꾼 물줄기를 거슬러 올리고 증명하는 正道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