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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스님의 동성이속同聲異俗, “같은 소리에서 달라지는 인생의 길”

- 사람은 같게 태어나도 마음의 풍속이 운명을 바꾼다.
- 같은 울음으로 태어나 다른 향기로 살아가는 삶

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동성이속同聲異俗이라 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누구나 같은 소리를 냅니다. 부잣집 아이도 울고, 가난한 집 아이도 웁니다. 높은 집안의 아이도 울고, 이름 없는 집안의 아이도 웁니다. 처음 생명의 문을 열 때 사람은 모두 같은 울음으로 세상에 나옵니다. 그 울음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그 울음에는 귀천도 없습니다. 그 울음에는 아직 탐욕도, 교만도, 원망도 없습니다.

 

 

그러나 자라면서 사람은 달라집니다. 무엇을 듣고 자랐는가, 무엇을 보고 배웠는가, 어떤 말을 마음에 담았는가에 따라 인생의 향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씨앗도 어느 땅에 뿌려지느냐에 따라 꽃이 되기도 하고, 잡초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물도 맑은 그릇에 담기면 맑아 보이고, 더러운 그릇에 담기면 흐려 보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태어날 때의 울음이 아니라, 살아가며 쌓아가는 마음의 풍속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누구나 깨달음의 씨앗을 품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그 씨앗을 정성으로 가꾸는 사람은 지혜의 나무가 되고, 방치하는 사람은 욕망의 숲에 갇히게 됩니다. 본래 마음은 같으나, 익혀가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어려움을 만나면 원망을 배웁니다. 또 한 사람은 어려움을 만나면 인내를 배웁니다. 한 사람은 실패 앞에서 남을 탓합니다. 또 한 사람은 실패 앞에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같은 일을 겪어도 마음의 방향이 다르면, 인생의 결과도 달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동성이속입니다.

 

처음 소리는 같았으나, 살아가는 풍속이 달라진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감사로 하루를 열고, 어떤 사람은 불평으로 하루를 엽니다. 어떤 사람은 남을 세우는 말을 하고, 어떤 사람은 남을 무너뜨리는 말을 합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사람 마음의 풍속입니다. 말이 거칠면 마음이 거칠어진 것이고, 말이 따뜻하면 마음에 자비가 자란 것입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환경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납니다. 어두운 밤에도 달은 빛을 잃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입니다.

 

부모를 원망하기 전에 내 마음의 습관을 살펴야 합니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내 말의 방향을 돌아봐야 합니다. 운명을 한탄하기 전에 오늘 내가 뿌리는 생각의 씨앗을 보아야 합니다.

 

사람은 날마다 자신을 다시 짓습니다. 오늘 한마디의 말이 내일의 인격이 되고, 오늘 하나의 행동이 훗날의 운명이 됩니다. 작은 친절 하나가 복의 길을 열고, 작은 분노 하나가 업의 문을 엽니다. 그러니 마음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말 한마디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같은 소리로 태어난 우리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까닭은, 결국 마음을 어떻게 길들였느냐에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내 마음의 풍속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원망을 감사로 바꾸고, 미움을 자비로 바꾸고, 욕심을 보시로 바꾸는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내 안의 풍속을 맑게 해야 합니다. 내 집안의 풍속을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머무는 곳의 분위기를 밝게 해야 합니다. 좋은 말이 오가는 곳에는 복이 머물고, 자비로운 마음이 흐르는 곳에는 부처님의 향기가 납니다. 같은 세상을 살아도 어떤 사람은 지옥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극락을 만듭니다. 결국 극락과 지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는 마음 안에 있습니다.

 

동성이속同聲異俗, 처음은 같았으나 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풍속은 수행으로 바뀌고, 말의 습관은 기도로 바뀌며, 삶의 방향은 깨달음으로 바뀝니다.

 

오늘 이 법문을 듣는 인연으로, 우리 모두 처음 태어날 때의 맑은 울음을 기억합시다. 그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남을 해치지 않고, 자신을 낮추며,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됩시다.

 

같은 소리로 태어난 인생이라도, 자비의 풍속으로 살아간다면 그 삶은 마침내 향기로운 법향法香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