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백면서생이라 한다. 흰 얼굴에 글만 익힌 사람. 경전은 줄줄 외우되, 삶의 흙먼지는 묻히지 않은 이다.
불교에서도 오래전부터 이런 공부를 경계해 왔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말로 아는 법은 법이 아니요, 몸으로 살아낸 법만이 법이다.” [담화총사 : 네이버 동영상 2,500개 바로보기]
경을 천 번 읽고도 분노 하나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 지식은 아직 종이 위에 있다. 선문에서 이를 구두선口頭禪이라 부른다. 입으로만 하는 선, 몸은 움직이지 않는 깨달음이다.
백면서생의 공부는 머리에서 멈춘다. 생각은 많으나 고통을 건너본 적이 없고, 판단은 빠르나 책임을 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말은 옳으되,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행行으로 완성된다.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 했다. 믿고, 이해하고, 반드시 걸어가 보아야 증득이 된다.
산문을 나서 본 적 없는 수행은 아직 수행이 아니다. 중생의 소리를 듣지 않은 깨달음은 아직 자비가 아니다. 현장 없는 지혜는 바람 없는 깃발과 같다.
그래서 선사들은 말한다. “백 권의 책보다 한 번의 넘어짐이 낫다.” 무릎에 흙을 묻히고, 손에 상처를 얻을 때 비로소 법은 혈육이 된다.
백면서생을 버리라는 말은 배움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다. 배움을 삶으로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옮겨가라는 말이다.
오늘 내가 아는 말 하나가 누군가의 짐을 덜어주었는가. 오늘 내가 외운 가르침 하나가 나의 분노를 멈추게 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아직 책상 앞 수행자다.
부처님은 글 속에만 계시지 않는다. 시장에, 감옥에, 병상 곁에, 그리고 가장 힘든 관계 속에 계신다. 그곳으로 걸어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이 알아도 우리는 여전히 백면서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