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1960년대의 격동은 불교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전쟁과 분열의 그림자가 세계를 뒤덮을 때, 한 스님의 원력은 국경을 넘어 인류를 향했다. 그분이 바로 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스님이었다.
‘법왕法王’이란 단순한 직함이 아니다. 이는 불법을 왕도로 삼아,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지혜와 자비의 등불이 되겠다는 서원誓願이다.
마치 용龍이 구름 속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듯, 스님의 즉위는 한국 불교를 넘어 세계 불교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즉위는 곧 선언이었다. “불교는 특정한 민족이나 언어의 소유가 아니다. 부처님의 진리는 모든 인류의 것이며, 평화는 불교가 세상에 내리는 가장 고귀한 공양이다.” 스님은 이 선언을 단지 말로만 남기지 않았다.
세계 53개국의 대표들과 손을 맞잡고, 종교와 사상을 달리하는 이들과도 벽을 허물었다. 그 만남은 서로 다른 색채의 꽃잎들이 한 송이로 피어나는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실현이었다.
일붕 스님의 법왕 즉위는 ‘권위의 자리’가 아니라 ‘책임의 자리’였다. 전쟁의 시대에 평화를 설파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비를 전하며, 불법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수행자의 서원이자 사상적 결실이었다.
그분의 즉위는 우리에게 묻는다. “왕좌에 오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님은 답하셨다.
“법왕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향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기겠다는 다짐이다.” 그리하여 일붕 법왕의 즉위는, 지금도 우리에게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향한 철학적 서원, 그리고 불교가 걸어가야 할 보편적 길을 상기시키는 법문으로 남아 있다.
세계평화상
한 줄의 붓끝에
천지를 흔드는 기상이 서려 있고,
한 획의 필세에
만민을 어루만지는 자비가 흘러내린다.
세계를 품은 평화의 상,
그 이름은 단순한 상훈이 아니라
중생의 눈물을 닦고
인류의 갈등을 녹이는 불꽃이었다.
법왕의 서원은
권위가 아니라 섬김이었고,
승리의 깃발이 아니라
평화의 연꽃이었다.
오늘도 그 글씨 앞에 서면
한 송이 꽃처럼 마음이 피어나고,
우리의 발걸음은
화합의 길로 나아간다.
◆ 참고로 이 시는 일붕스님의 친필휘호 世界平和賞(세계평화상)을 바탕으로 담화총사가 임의로 작성한 詩 입니다.
연재 6편에서는 : 종교 간의 벽을 허물다.-교황과의 만남, 세계일화의 실천을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