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청신문 이정하 기자 | 옛날 어떤 부자가 먼 길을 떠나며 하인에게 당부하였습니다. "문단속을 잘 하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피라." 하인은 말대로 문을 지키고, 나귀를 밧줄에 묶어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어와 집 안의 값진 보물들을 모두 훔쳐가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돌아와 그 연유를 묻자, 하인은 담담히 대답합니다.

“저는 분명히 주인의 말씀대로 문과 나귀와 밧줄만을 지켰습니다.” 이 어리석은 하인은 무엇이 진정 지켜야 할 것인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그가 지킨 것은 형식이었고, 놓친 것은 본질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쫓겨나고, 그 집은 텅 빈 껍데기만 남았으니,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습니까.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행자 또한 이와 같은 어리석음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불문에 귀의하고, 계율을 지키며, 고요한 처소에 앉아 명상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오욕五欲의 바람이 불고, 무명無明의 도둑이 지혜와 선정의 보배를 슬그머니 훔쳐 가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은 지켰으나, 마음의 보물은 잃은 상태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감관의 문을 잘 단속하라.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의 대상에 집착하지 말고, 무명의 나귀와 애욕의 밧줄을 단단히 살피라.” 그런데 어떤 이들은 외적으로는 청빈한 척, 수행자인 척하지만 그 마음은 오히려 세속의 이익과 명예, 감각적 쾌락을 탐합니다.
고요히 앉아 있으나 마음은 요동치고, 절집 안에 있으나 세속보다 더 세속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바른 생각正念, 바른 깨달음正智이라는 진정한 수행의 보배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빈 껍데기 같은 형식과 이름뿐입니다.
그러니 대중이여,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문이 아니라 마음이요, 감각이 아니라 자성自性입니다.
계율은 문이요, 정념은 자물쇠이며, 지혜는 보배입니다. 문만 지키고 보배를 잃지 마십시오. 허울뿐인 수행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 안의 도둑을 단속하시기 바랍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는 이는, 온 세상을 지킨 것과 같다.”
나무 본사 석가모니불.
나무 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