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고]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 위패는 왜 반드시 밤나무로 만들어야 하는가?

  • 등록 2025.04.10 11:51:19
크게보기

- “혼백을 담는 그릇, 위패位牌”
- 밤나무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
- 위패를 모셔야 하는 이유

법왕청신문 이존영 기자 |  우리의 전통 제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 중 하나는 바로 위패位牌이다. 위패는 고인의 혼백을 상징하는 나무 패로,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혼을 모시는 역할을 한다. 이 위패는 단순한 제례도구를 넘어, 가족과 조상 간의 영적 연결고리이며, 정신적 뿌리를 확인하는 상징물이다.

 

 

위패의 유래와 전통

 

위패는 고대 중국에서 유래되어 동아시아 전역으로 퍼졌고, 한국에서는 유교의 영향 아래 조선 시대를 거치며 가정과 국가 제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위패를 써서 빈소에 모시고, 탈상 후에는 사당에 봉안한 뒤 4대 봉사 후에는 묘지에 매장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지방紙榜'이라 불리는 종이 위패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회용이다.

 

하지만 진정한 위패의 의미는 '영혼을 담는 그릇'으로, 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이름이 적히고, 후손의 존경과 기억 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패는 단지 모양과 글씨가 아닌 재질과 의미에 깊은 상징을 담고 있어야 한다.

 

왜 반드시 밤나무로 만들어야 하는가?

 

오늘날 위패는 간혹 플라스틱이나 저급한 재질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상술일 뿐, 조상에 대한 예의와 영적 의미를 무시한 잘못된 접근이다. 전통적으로 위패는 반드시 밤나무栗木로 제작해야 한다는 오랜 이유가 있다.

 

밤나무는 그 자체로도 영적 상징을 지닌다. 밤은 땅속에서 씨밤(생밤)이 먼저 달린 뒤, 열매가 열린 후 썩는다. 이는 자신의 근본을 먼저 남기고 다음 세대를 위해 사라지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나아가 밤은 하나의 송이에 세 톨의 씨앗을 품는데, 이는 조선시대의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상징하며 고귀함을 뜻한다.

 

또한, 밤송이는 처음에는 가시로 둘러싸여 자식을 보호하다가, 때가 되면 쩍 벌어져 자식을 세상으로 보내주는 구조이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다가 독립시켜주는 자연스러운 부모의 사랑과 책임을 닮아 있다.

 

따라서 밤나무로 만든 위패는 조상과 나, 그리고 후손 간의 끊어지지 않는 정신적 연결을 뜻한다. 단순한 목재가 아닌, 삶과 죽음, 보호와 독립, 뿌리와 열매의 철학이 담긴 신성한 재료인 것이다.

 

위패는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

 

우리는 종종 물리적인 죽음을 끝으로 사람의 존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조상의 위패는 후손이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방법이자, 영적 유산을 이어가는 장치이다. 위패는 단지 하나의 나무 조각이 아니라, 후손의 삶을 보호하고 복을 전해주는 영적인 존재의 매개체이다.

 

특히 불교 사찰에서는 이러한 위패를 영구위패永久位牌로 봉안하여, 단지 4대 봉사를 넘어서 조상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후손에게는 복덕과 안식을 전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위패는 개인의 가정뿐 아니라, 사회적 전통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정신문화의 핵심이다.

 

위패는 밤나무로, 진심을 담아 모셔야

 

고인을 향한 진정한 예는 정성에서 시작된다. 생명이 깃든 밤나무로 정성스럽게 제작된 위패는 단지 제례용품이 아니라, 조상과 나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는 신성한 그릇이다. 값싼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이 주는 철학적 메시지를 지닌 밤나무로 위패를 제작하고 모시는 것은 조상에 대한 예와 나 자신에 대한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나의 존재는 곧 조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조상의 혼백을 정성스럽게 모시고 기리는 일이야말로, 나의 업장을 소멸시키고 복을 짓는 최대의 공양입니다.”

이존영 기자 wbstf10@naver.com
Copyright @법왕청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봉로 81, 1203호(수송동,두산위브파빌리온) 등록번호: 서울,다06888| 등록일 : 2003-03-14 | 1992년 최초 발행인 일붕 서경보 초대법왕 | 회장 재단법인 법왕청 평화재단 승정원장 일정 대종사 | 발행인 : 주식회사 담화미디어그룹 이존영 | 편집인 : 이존영 | 부사장 이정하 | 편집국장 이준석 | 전화번호 : 02-3417-1010 Copyright @법왕청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